안녕하세요.
특성화고 산학협력으로 바로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글 남깁니다 =.=
취업이냐 진학이냐는 사실 자신이 분명한 커리어적 목표가 있을 때는 나오지 않는 질문입니다.
목표 성취를 위해 대학이 필요하다면 진학하시면 되고, 진학 시기는 본인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되는거죠.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바로 진학을 해도 되고, 그렇지 않다면 취업을 먼저해도 되고, 대학을 갖다가 휴학하고 일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독학사 제도를 통해 학사학위를 취득하실 수도 있을테고요.
개발자가 되기 위해 대학을 꼭 가야 하나요?
일단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 = 개발자로 취업” 이라면, 단순히 개발자로 취업하기 위해서 비싼돈과 많은 시간을 들여 대학에 진학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론적인 기반보다 (난이도에 상관없이) 빠르게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는 사람이 필요한 곳은 아직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만, 커리어라는걸 얘기할 때 보통 취업으로 끝나지 않죠. 개발자로서 취업을 하신다면 그게 커리어 시작입니다.
그 이후에 어떤 엔지니어가 되고, 떠날 때 어떤 사람으로 떠날것인지는 개개인마다 다릅니다.
그런점에서 위에서 @digda님이 말씀하신 부분들에 공감이 갑니다.
“대학에 가면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된다” 라고만 말하면 논리적 비약일 수 있지만,
자신이 거기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맞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부분에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시야가 좁다는 것은 @digda 님이 지적을 해주셨고, 저도 올바른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경력을 쌓기 시작하기 전에 그랬고, 주변에 많은 특성화고 친구들을 봐도 그랬지만… 고등학생 시야라는게 필연적으로 너무 좁습니다. 경력을 쌓은 지금도 시야가 넓지 않다고 느끼지만 그 당시에는 더했습니다.
시야에 대해서는 너비와 깊이를 얘기할 수 있을텐데, 원래 한사람이 가질 수 있는 시야의 너비에는 한계가 있고, 부족한 부분은 네트워크를 통해 채우게 됩니다.
고등학교 환경은 이를 위한 필드 자체가 너무 좁고, 교육과정상 한계가 너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환경에서는 어느정도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대로 답답함을 느끼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채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해서 네트워크를 넓이실 수도 있지만 방법은 한가지만 있는게 아닙니다.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거나, 오픈소스 활동을 하면서도 채울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위해 인간 네트워크 에 대한 인터렉티브 가이드를 한번 보시는것을 추천드립니다.)
좁은 시야를 벗어나려면 고등학교던 대학이던 특정 커뮤니티이던 고립되지 않는게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어떤 그룹도 고유한 특징이 있기 떄문에 다른 무언가로 온전히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무언가는 선택하고 무언가는 포기하셔야 합니다.
아무튼 커리어를 설계할 때, 시야가 좁은 것이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이기 때문에 대학의 중요도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커리어적인 결정을 뒤로 미루기 위해 대학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에게는 꽤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가장 대중적인 방법론을 따르는 것이 왕도이기 마련이죠.
약간 별개지만, 저희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정말 쓸 데가 없다고 생각해서 자퇴하고 독학해서 개발자가 되고 싶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온라인 개학하다가 오프라인 하니까 학교에 있는 멍청이들이 떠들어 대는 것때문에 공부가 하나도 안 되고, 학교에 다니는 시간이 매우 아깝고, 매일 1시간 20분 정도의 교통 시간도 아깝다고 느낍니다.
조금 딱딱하게 얘기하자면,
~고등학교(혹은 대학교)는 나라에서 제시한 사회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입니다. 즉, 사회에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알고 있을 거란 전제하에”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납니다. 문화적인 기준은 아직 대학교일 수도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개발자가 목표더라도 반드시 요구되는 소프트스킬이고 사회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커뮤니케이션에 핵심적인 부분이기 떄문에 무시하시면 안됩니다.
조금 제 얘기를 하자면,
저는 첫 직장에서 영어로 비즈니스를 할 일이 종종 있었는데, 따로 독학을 했다거나 학원을 다닌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학교에서 배웠던 기본적인 문법/어휘만 가지고 소통했습니다. 많이 딱딱하긴 하지만 실제로 의미가 잘통하게끔 최적화 되어 있구나 싶었습니다.
게임개발을 가르치는 특성화고에 다녔었는데, 수학시간에 멋모르고 잤습니다. 이후 작품을 만들다가 이 때까지 하던 단순한 방식(평행이동)을 넘어 표현하고 싶은 것이 생겨서, 방과후에 따로 수학선생님을 만나 삼각함수 같은걸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이 많이 어이없어 하셨습니다. 당연하지만 수업시간에 안잤으면 더 쉽게 습득했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는 항상 Win32로 수업을 했는데, 배우면서 이런 구닥다리 누가 쓰나 했지만 거기서 항상 구현하던 메시지큐와 이벤트루프는 Node.js나 Android 같은 다른 플랫폼에서도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식이였고, 덕분에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할 때도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첫 직장에서는 pre-sales engineering 을 했는데, 개발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항상 불만이였습니다.
개발자가 된 지금은 제가 남들과 차별화된 요소가 되었습니다. 긍정적인 평가에 주된 부분이 세일즈 경험에서 왔습니다.
SI 프로젝트에 투입됐던 것도 그 땐 싫었지만 두고두고 도움받고 있습니다.
시야도 시야이고, 어떤 경험도 사소하지 않고 무시할 것이 못되는 것 같습니다. (하다못해 지루한 정규교육 과정도 말이죠)
취업을 하냐 진학을 하냐는 남들이(선생님들 포함)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직접 고민을 많이 해보시구요…
언제나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면 좋은 결과가 따라다닐 거라 믿습니다.